매킨토시 LC (왜 매킨토시 인가 발췌)

이 글들은 제가 대학생때 즐겨보던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잡지에서 본 이영식님의 매킨토시에 관한 기고문을 발췌한 것입니다.

그때의 추억을 생각하며 다시 그 잡지를 찾았지만 이미 찾을 수 없고, 수소문 해보니 그 컬럼의 글들만 모아 후에 책으로 출판을 했다는 군요.

책의 제목은 ‘왜 매킨토시인가’ 였는데 이 책도 절판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국회도서관에서 볼수 있어서 찾기는 찾았는데 옛날 ‘마소’ 잡지에서 읽었던 신기함과 동경은 다시 느낄 수 없어서 살짝 아쉬웠습니다.

매킨토시 LC

애플 컴퓨터사는 그동안 매킨토시 고급 기종에 집중하고 애플 II 시장과 저가격 매킨토시 시장을 조금씩 빼앗기고 있다가 최근 값이 싼 매킨토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러나 한 발 늦은 애플 컴퓨터사의 결정 때문에 IBM 이나 텐디사가 엉성한(실례?) 그림 운영 체제로 초보자들을 위한 컴퓨터를 내놓아도 그림 운영 체제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매킨토시 쪽에는 거기에 대항할 만한 컴퓨터 기종이 없었다.

1990년 10월 애플 컴퓨터사는 매킨토시 LC(값이 싼 컬러라는 뜻으로 LOW Cost Color의 약자)를 발표하였는데, 아직도 IBM PC 기종에 비해서는 비싼 기분이 들지만 여태까지의 컬러 사용이 가능한 매킨토시 가격을 생각하면 역시 획기적인 가격이라고 보여진다.

매킨토시 LC는 2MB 램(최근에는 4MB가 기본으로 바뀌었다)과 40MB 하드 디스크를 가지고 있고, 16Mhz 모토롤라 68020 을 중앙 처리 장치 (CPU)로 사용한다. 특이한 것은 8비트 컬러 비디오 회로가 내장되어 있어 매킨토시 기종 중에는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컬러 모니터를 쓸 수 있는 기종이라는 점이고, 가격은 모니터를 합쳐 2500불 정도이다.

이 가격은 PS/1 보다는 비싼 가격이지만 애플 컴퓨터사는 매킨토시 LC가 IBM PC AT급의 컴퓨터와 대항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386SX 기종과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PS/1과 같은 AT급의 기종은 1000불짜리 매킨토시 클래식으로 대결하겠다는 여유?)

어쨌든 매킨토시 LC는 어느 컴퓨터보다도 이해하기 쉬운 그림 운영 체제를 가지고 있고,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일관된 체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 1984년 이후 개발된 대부분의 매킨토시용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점, 기존의 애플 II용 소프트웨어를 실행시킬 수 있는 내장 보드 판매와 IBM PC의 3.5인치 디스크를 읽고 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다소 비싼듯한 가격이지만 매킨토시 중 가장 가정용 컴퓨터에 적당한 기종이라 할 수 있다.

한국 가정용 컴퓨터의 문제점

미국의 가정용 컴퓨터들이 이러하다면 우리나라 가정용 컴퓨터의 모습은 어떠할까? 가정용 컴퓨터를 온 가족이 다같이 쓰는 컴퓨터라고 정의한다면 아직 우리에게는 온 가족 모두에게 컴퓨터가 필요한 시기는 아닌 듯하다.

필자가 한국에 있을 때 가자고 싶은 것 ABC가 있었는데, A는 오디오, B는 비디오(영어로는 Video지만 한글 표현으로는 상관 ㅇ벗다.), C는 컴퓨터 였다. 집안 형편과 부모님의 반대로 미국에 올때까지도 어느 것 하나 집에 사다놓고 써보지는 못했지만 필자의 부모님 같으신 분들이 거의 대부분인 한국의 실정으로는 아직도 컴퓨터는 호화품 내지 컴퓨터 좋아하는 큰아들 전용의 물건으로만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을까?

온 가족이 컴퓨터 사용에 흥미를 가지려면, 컴퓨터를 두루 사용해 본 지금의 2~30대들이 가장이 되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10년에서 20년은 더 지나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또 다른 문제는 타자기 문화 또는 키보드 문화의 결핍 때문에 더욱 그렇다. 매킨토시의 그래픽 프로그램도 파일 이름만은 일일이 키보드로 타자해야 하므로 아무리 쓰기 쉬운 그림 운영 체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키보드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먼 장래에는 음성을 이해하는 컴퓨터, 순전히 그림으로만 정보를 구분하는 컴퓨터가 실용화되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싼 값에 보급되어야 할 컴퓨터 기종으로써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이 우리의 가정용 컴퓨터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장벽이 된다.

대개의 우리 한국 사람들은 타자를 치는데 익속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고사하고 한글 타자기도 집집마다 보급되어 있지 않다. 학교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물론 상업계 학교는 예외) 미국에서 이력서를 쓸 기회가 몇번 있었는데, 여기서는 타자를 치든가, 컴퓨터와 레이저 프린터를 사용해 인쇄해야 이력서를 깔끔히 쓴 것으로 생각한다.

사람들은 당연히 컴퓨터(꼭 매킨토시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와 레이저 프린터를 이용하는데, 글자체를 바꾸면서 다양한 효과를 줄 수 있고, 원하면 사진이나 그림 같은 것도 곁들일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하겠는가.

그러나 한국에서는 자필 이력서를 또박또박 써내야 인정을 받는 실정이니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도 타자 연습보다는 글씨 연습을 더 할 것이고, 타자는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만이 배우게 되는 것이 당연한 현상을 것이다.

한글 글자판이 통일되고 타자기와 워드 프로세서가 두루 쓰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컴퓨터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이 한결 쉬워질 것이다.

마지막 문제는 가정용 컴퓨터의 가격이다. 온 가족이 모두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있고, 운전에 자신이 있다고 해도 자동차 가격이 비싸면 마이카의 꿈은 일단 유보되게 마련이다.

부자 나라에서 집집마다 컴퓨터를 산다고 하니까 우리도 빚을 내서라도 컴퓨터를 사야 할 필요는 없다. 특히 가정용 컴퓨터는 사무실에서 사용되는 컴퓨터와 달라서, 일의 능률을 올려 장기적으로 영리를 추구하자는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이나 냉장고처럼 집에 필요해서 사는 의미가 강한 만큼, 우리의 가계 사정이 어렵고 지출을 아껴야 할 때는 보다 신중히 구입해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 국민의 경제 여건으로는 100만원짜리 컴퓨터를 컬러 텔레비전 사듯이 선뜻 사기는 쉽지 않을 것이므로 최소한 그 가격이 더욱 싸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매킨토시는 한국의 가정용 컴퓨터가 될 수 있을까

앞에서 필자는 미국 시장의 개인용 컴퓨터들과 한국에서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을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매킨토시는 한국의 가정용 컴퓨터가 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네’도 될 수 있고 ‘아니오’도 될 수 있다. 온 가족이 쓰기에 적당한 운영  체제는 절대적으로 그림 운영 체제다.

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 3.0이 미국에서만도 백만 개 이상 팔렸는지, IBM 은 왜 MS-DOS를 버리고 OS/2를 고집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매킨토시는 1984년 이래 일관된 그림 운영 체제를 가지고 있고, 제일 싼 기종에서부터 제일 비싼 기종에 이르기까지 똑같은 그림 운영 체제로 움직인다. 소프트웨어도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고, 설치가 간단하며, 다른 어떤 컴퓨터 보다도 사용자들의 학습 속도가 빠르다.(그 대신 프로그래머들의 학습 속도는 가장 느리다.) 이런 점은 매킨토시를 가정용 컴퓨터로 추천하는 데 절대적인 도움을 준다.

그러나 가격면에 있어서 매킨토시는 국내의 IBM PC 호환 기종들과 경쟁을 할 수 없다. 더우기 호환 기종을 만들 수 없는 상황에서 100%수입 완제품을 들여다가 우리나라 집집마다 보급한다는 계획은 해외 여행을 위한 소양 교육을 졸면서 받은 필자 자신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발상이라 생각된다. (물론 IBM PC 호환 기종들의 국산화율도 따로 알아볼 필요는 있겠지만…)

가정용 컴퓨터에 대한 제안

이런 상황이므로 한국형 컴퓨터가 나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의 기술과 설계로 이루어질 한국형 가정용 컴퓨터는 한국인에 적합한 그림 운영 체제를 갖추고 있고, 한글 처리가 자유로와야 한다.

문제는 소프트웨어인데, 당연히 새로운 운영 체제와 응용 프로그램들이 필요하게 될 테고, 기존의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IBM PC XT 나 매킨토시 플러스 정도를 흉내 내는 보드를 집어 넣을 수 있도록 하면 일단은 될 것 아닌가.

그후 차츰 우리의 프로그래머들이 한국형 컴퓨터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계속 개발해 내면 될 것이다.

정부가 대형 사업으로 유도하면 ‘한국인의 한국인을 위한 한국형 컴퓨터’의 꿈이 우리의 기술 수준으로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리라 생각된다. 문제는 채산성인데, 우리에게 기술이 있다 할지라도 싸게 IBM PC 호환 기종을 만들거나 매킨토시를 수입하여 우리 형편에 맞게 고쳐 쓰는 것이 새로운 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비를 투자하는 것보다 더 경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관계자분들이 결정할 일일 것이다. 한국형 컴퓨터의 개발보다는 기존 제품의 수입이 잠정적으로 더 경제적이라면, 필자는 매킨토시를 목놓아 외치고 싶다.

그렇게 까지 매킨토시를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면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우며 프로그램들간의 일관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IBM PC 호환 기종으로는 윈도우즈 운영 체제를 써야 매킨토시와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그 출발이 좋았다고 해서 결과까지 난관하기는 아직 이르며 윈도우즈를 사용하려면 기존의 MS-DOS용으로 쓰여진 프로그램들을 일부 다시 써야 하기 때문에 사용 가능한 프로그램의 수는 적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의 숫자와 종류가 많다는 것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물론 윈도즈 운영 체제가 성공하여 많은 소프트웨어들이 윈도즈용으로 나온다면 가정용 컴퓨터로서의 매킨토시에 대한 위상이 축소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매킨토시를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문제가 생긴다. 필자는 세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데, 첫째는 매킨토시 롬과 호환되는 롬을 구할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른다는 것으로, 지금 대부분의 IBM PC 호환 기종들이 피닉스 BIOS, 워드 BIOS 따위를 사용하여 IBM PC 의 지적 소유권을 피해가듯이 매킨토시 롬과 호환되는 롬이 나올 때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둘째는 매킨토시 롬을 싸게 애플 컴퓨터사와 흥정하여 라이센스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도 아직은 현실성이 없어 보이지만, 소문에 의하면 요즘 일본의 소니사가 애플 컴퓨터사에 이런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소니사에서 랩탑 컴퓨터에 매킨토시 롬을 집어넣기 위해서인 듯하다. 여담이지만 요즘은 하도 많은 일본 회사들이 미국 회사들을 합병하거나 합작투자해서 미국 사람들의 자존심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은데, 돈의 생리라는 것이 원래 자존심하고는 거리가 멀어서 그런 모양이다. (우리는 자존심을 잃지 맙시다!!!)

세째 방법은 무척 현실적인 것으로 매킨토시 본체만 수입하고 주변 장치는 국산을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주변 장치가 국내에서 만들어져야 하지만 매킨토시가 많이 보급되면 주변 장치 제작 회사는 저절로 생기는 법이니 한국의 사용자들은 조금만 기다리면 될 것이다.

맺는 말

미국 시장에서 일고 있는 가정용 컴퓨터 붐을 간단히 종합해 보면서, IBM 의 PS/1, 탠디의 1000RL, 애플 컴퓨터사의 매킨토시 LC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리고 필자 나름대로 국내의 현황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매킨토시가 한국의 가정용 컴퓨터로 적당한지에 대해서 분석해 보았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미국에 있으면서 국내 문제에 대해 왈가 왈부한 내용들에 대한 그 정확성 여부다.

혹시 국내 사정과 다른 점이 있다면 독자 여러분들의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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